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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 같아 더 무서운, 게임 같아 더 대박을 꿈꿀 수 있는 세상이다. 아무나 플레이어가 될 수는 없지만 누구나 플레이어로 죽을 수는 있다. 포탈로 지구와 이세계를 넘나드는 세상, ‘포탈 생존기’는 게임보다 더 소름끼치게 게임 같아진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포탈 생존기’는 시작부터 철저하게 게임의 관점을 취한다. 여타 가상현실게임을 바탕으로 한 소설들의 설정이 대부분 인간들이 직접 개발한 게임을 바탕으로 하는 반면, ‘포탈 생존기’ 속 인간들은 어느 날 갑작스레 등장한 신의 사자들이 전세계 동시다발적으로 개방한 포탈에 의해 타의적으로 캐릭터로 ‘선택’된다. 포탈 속을 들어갈 수 있는 플레이어가 누가 되는지 또한 개인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신의 사자가 무작위로 선택하는 것에 따른다. 게임을 시작할 때 어떤 직업을 택할 것인지는 게임을 실행한 자의 몫이지 캐릭터의 몫이 아니다. 캐릭터는 태생적으로 주어진 직업과 스킬에 따라 정해진 방향대로 발전할 뿐이다. 특정 레벨에는 무슨 장비를 갖추어야 하고, 어떤 몬스터를 사냥해야 하고, 무슨 스킬을 발전시켜야 하는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 ‘포탈 생존기’는 우리가 일상에서 RPG 게임을 즐겨 하며 무심히 넘겼을 캐릭터들에 생명을 부여해 또 다른 재미를 꾀한다.

    세상은 게임보다 더 게임 같아지고, 한계를 뛰어넘는 데에 혈안이 된 사람들 사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애초에 원해서 시작한 진화가 아니었으며 이제껏 겪어 온 익숙한 방식의 발전도 아니었기에, 일부는 인간이 장난감으로 전락되는 것이 아닌가 두려워한다. 소설을 읽으며 나는 후자 쪽에 무게를 두게 되었다. 장난감은 수동적 존재다. 태생적으로 주어진 스탯에 구애받지 않거나 조절할 수 있으려면 캐릭터인 동시에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이미 집안에 플레이어가 많아 레벨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저레벨에도 좋은 장비를 갖출 수 있는 돈 등 선천적 환경이 중요해진 것이다. 강해지기 위해서는 소위 ‘현질’이 필요한, 게임보다 더 잔인하리만치 게임 같아진 세상인 것이다.

    그 가운데서 무한은 최초의 변수이자 유일한 틈새이다. 포탈 속 이세계가 아닌 지구에 실제로 재앙 몬스터가 들이닥치는 상황은 흔하지도 않을뿐더러, 다 잡은 몬스터의 핵 위에 난데없는 무한이 떨어져 얼결에 스킬을 획득하게 되는 상황 자체도 극히 미약한 확률에 수렴한다. 신의 사자도 예상치 못했을 변수인 무한은 거기다 전투와 사냥에 전념할 수밖에 없는 뚜렷한 목표와 가정환경, 일반인임에도 정식 군인 못지않은 상황 판단력과 전술, 그리고 꺼질 줄 모르는 집념까지. 소설 초반부터 유지되는 무한의 냉철함과 비상식적으로 질긴 집념을 보이는 점은 납득이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망설임 없이 시원한 레벨업을 이루어 나가는 무한의 먼치킨 요소와 전개는 빠르고 속도감 있는 전개를 선호하는 웹소설 독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다.

    웹 형식에 최적화된 짧고 간결한 문체와 속도감, 포탈이라는 친근한 소재지만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 그리고 동작과 동작 사이 간극이 짧고 매끄러운 전투 장면으로 ‘포탈 생존기’는 기존 판타지 장르 매니아나 RPG 게임 매니아에게 신선한 이야깃거리를 던진다.

    바쁜 라이언 | 86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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