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화 프롤로그
돌아갈 일은 결단코 없으리라 여겼다.
“나 원 참.”
영문도 모른 채 프로킨 행성에 끌려온 지 30년.
정인우는 지난 30년간 수백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겨 왔다.
악착같이 살아왔고, 이제야 절대자의 자리에 앉았다.
이곳은 약육강식의 세계. 그는 프로킨을 지배하는 황제였다.
이것은 지난 30년간 개처럼 굴러온 자신을 위한 보상이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진수성찬이 차려졌으며, 엄청난 수의 궁녀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자신의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바뀌는 세계였다.
그래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물론 그는 엄연히 지구에서 태어난 존재였지만, 지구는 이미 그의 기억에서 희미해져 있었다.
피와 살점이 난무하는 이곳에서 살아남으며, 점차 가족에 대한 기억도 희미해지고 있었다.
지구에서의 삶은 20년에 불과하지만, 프로킨에서의 삶은 30년에 육박했기에.
그는 지구의 백수 정인우가 아닌, 프로킨의 황제 정인우였다.
“폐, 폐하! 피하셔야 합니다!”
“빌어먹을 드래곤 새끼들.”
피할 곳은 지구뿐일지도 모른다. 마음만 먹으면 차원이동 게이트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곳에서 죽을 때까지 떵떵거리며 살 예정이었으니까.
앞으로도, 언제라도.
“폐하! 어서 빨리!”
신하의 외침이 귓전을 파고든다. 문득 울컥하고 짜증이 치밀었다.
“짐은 이 자리에 오르기 위해 30년간 개처럼 굴러다녔다. 근데 뭐? 피하라고?”
그에 신하가 바닥에 쾅 하고 얼굴을 처박으며 울먹였다.
“고정하시옵소서! 폐하! 황궁은 곧 함락됩니다! 수백 마리의 드래곤들이 지척까지 다가왔습니다!”
“빌어먹을 드래곤 새끼들! 레어에 짱박혀서 황금이나 핥아 댈 것이지!”
이가 갈렸다. 드래곤들이 쳐들어온 것은 일주일 전이었다. 열댓 마리라면 어떻게든 막아낼 수 있었다.
한데 자그마치 수백 마리다.
녀석들은 무차별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침범했다.
애초에 무리를 짓지 않는 녀석들이, 인우 하나 죽이겠다고 단합한 것 자체가 우스웠다.
막아 보려 안간힘을 써 댔지만 이젠 정말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
이제 남은 선택지는 달랑 두 가지뿐.
하나, 이곳에서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다.
둘, 차원 이동 게이트를 열어 지구로 도망, 아니, 귀환한다.
선택은 뻔했다. 고민할 가치도 없었다.
세상천지 죽고 싶은 인간이 어디 있겠는가.
프로킨 행성에서의 30년.
이제는 지구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인우는 모든 마나를 소비하여 차원이동게이트를 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