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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역 네크로맨서’는 한 차원에서 절대적 강자의 위치에 오른 이가 본래의 차원으로 돌아가 다시 절대자가 된다는 신선한 소재에서 시작한다. 보통 차원이동물은 지구에서 시작해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 마력에 익숙해지는 것이 순서였는데, 이 소설은 오히려 마력을 힘의 원천으로 삼아온 시절이 그렇지 않은 시절보다 더 긴 주인공이 지구에 다시 적응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거기다 돌아온 지구는 기이하게도 아르펜 행성과 같은 모습으로 닮아가고 있다는 설정이다. 그럼에도 주인공 우진은 약하지 않다. 아니, 약할 수 없다.

    소설의 신선한 출발은 우진의 ‘사이다’ 같은 실력과 매력적인 성격이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낸다. 우진은 이미 아르펜 행성에서 만렙을 찍었지만 다시 지구로 돌아오기 위해 마법을 잃어도 미련을 두지 않았는데, 어째 돌아온 지구가 아르펜 행성과 같은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으니 원하지 않아도 몸이 기억하는 대로 쉽게 적응하고 레벨업을 척척 이루어 나갈 수밖에 없는, '근거 있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우진의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는 것이다. 여기에 이미 아르펜 행성에서 20년 넘게 뒹굴며 '인간적'이라 부를 수 있는 감정은 전부 사치임을 몸소 깨달은 우진이 지구에서 다시 사냥에 돌입했을 때, 생사가 오가는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구는 것은 등장인물들에게는 물론이고 독자에게도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지구의 지하철이 던전이 된다. 누구나 어두운 지하철 통로를 지나가며 한 번쯤 해 보았을 상상인데, 작가는 이 상상에 꼼꼼한 설정을 덧붙여 구체화시킨다. 각각의 던전별 속성이라든가 던전 브레이크, 광산, 각 속성별 던전을 이용하는 각성자들의 유형, 입장료와 던전 이용 제한 등 단순 게임 시스템 차용에 그치지 않고 소설 나름의 꼼꼼한 설정을 덧붙인 것이 돋보인다.

    무엇보다도 ‘서울역 네크로맨서’는 웹소설에 최적화된 문체를 갖추고 있다. 짧고 간결한 문체, 한 회마다 상황 하나씩 마무리 되며 빠르게 진행되는 전개 속도, 유치함을 덜어내는 맛깔 나는 대사들과 매력적인 주인공까지. 소설의 신선한 배경 두 개가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처럼 웹소설 연재에 플러스 효과가 되는 요소 여러 개가 조합되어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내는 셈이다. 특히 구어체가 낼 수 있는 맛깔스러움을 잘 살리는 대사가 가장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소설은 매 화마다 주인공 우진에게 과제를 내주며 독자들의 궁금증을 유지해 가는 한편 절묘한 순간에 맥을 끊어 계속 다음 편을 찾도록 만든다. 우진이 목전에 닥친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풀리지 않은 궁금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알기 위해 계속 넘기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의 완급을 효과적으로 조절해 나가는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바쁜 라이언 | 86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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