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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에서 태어나 지상으로 나오고, 지상에서 다시금 지하로 돌아가게 된 자들. 던전견문록에 등장하는 던전베이비들은 그 설정이 신선하다. 정예 살수를 키우기 위해 300명의 어린아이들을 동굴에 가둬둔채 10명의 생존자만을 남긴다는 무협소설적인 설정에 비해 얼마나 신선한가?

    던전베이비들은 각자가 생활하던 던전이 다르고, 층이 다르며, 경험 또한 다르다.
    그들이 지하의 어느 곳에서 지상으로 돌아왔던, 그들이 그 지하를 지배한 것도 아니고 강자였던 것도 아닌 설정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던전견문록과 유사한 클리셰를 가진 많은 작품들은 작품 초반 비슷한 설정을 가진다. 바로 어딘가에서 '생존'했거나 '귀환'한 이들은 그 작품의 시작부터 매우 강대한 힘을 가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던전견문록은 이런 클리셰를 따르지 않는다.

    던전베이비들은 단지 지하에서 '죽지 않았을뿐', 그곳을 모두 '격파하고 온 것은 아니다'. 주인공 또한 운 좋게 살아남은 피식자에 불과할뿐 포식자의 입장이 아닌 것이다.
    이런 설정을 가진 탓인지 작품은 주인공을 점차 성장시키는 성장물의 절차를 밟고 전투들은 하나하나 극적으로 묘사된다.
    투명드래곤 마냥 전투가 시작하자마자 끝나버리는 먼치킨 작품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재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내용이 점차 전개됨에 따라 아쉬웠던 것은 하나.

    작품의 초반, 무엇보다 주인공에게 큰 비중을 차지했던 '가족'이라는 존재들이 점차 그 존재감을 잃어가기 시작한 점.
    가족들을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지하에 다시 들어가는 것까지 망설였던 주인공은 어느새 가족들을 찾지도 않고, 다시는 던전에 들어가지 말라던 부모님들은 아들이 뭘 하고 사는지 연락한번 하지 않는다.

    이런 진행이 이루어질 것이었다면 굳이 가족의 반대라는 소재를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던전견문록은 단순히 말했을때 '땅따먹기'였고, 보다 자세히 이야기하면 하나의 '적자생존'에 대한 이야기였다.
    뜨겁게 치열하고, 시리게 잔인한 주제에 대한 글을 읽고 싶은 이가 있다면 그들에게도 던전견문록을 추천해주고 싶다.

    만담꾼 | 86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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