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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스트 타르쉬
    일리얀 작

    이번에는 BL소설이다. 판타지 적 제목에 끌려 선택한 소설인데 웬걸, 초반부 현대물 파트가 상당히 많다. 형제자매가 줄줄이 딸린 대식구 집안의 막내 채윤은 알고 보면 속 여린 남자(?)지만 주위 사람들은 그의 도도하고 완벽해 보이는 겉모습에 지레 차가운 남자라고 착각한다. 여기에는 채윤의 ‘세상 사람들은 나를 부담스러워 해. 그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내가 먼저 배려를 하는 거다. 바로 밀어내는 걸로.’ 라는 철벽도 한 몫 하지만. 줄줄이 이어지는 현대 설명에 사실 제목만 판타지스럽고 실은 현대물 아닐까 싶을 무렵 곧 채윤은 흔한 차원 이동자들이 그러하듯 눈 먼 칼을 맞고 강에 빠져 차원이동을 한다. 그리고 신전에서 건져져 신전 사람들과 이 세계의 신과도 인연을 맺게 된다. 차원이동물의 흔한 공식, 검은 머리와 검은 눈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는 채윤. 그러나 여기서도 채윤의 도도해 보이는 겉모습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을 보며 나는 역시 세상에게 왕따 당하는 존재인가보다 하고 사람들에게 가까이 가지 못하는 채윤. 이 소설은 채윤 파트와 주변인 파트가 한 화 마다 엇갈려 전개되는 특징이 있는데 채윤 파트에서 저 사람이 나를 어려워하는 것 같다고 쓰여 있으면 다음 화에서 그 사람 시점으로 채윤이 얼마나 완벽한지, 다가가고 싶은데 자기 같은 사람이 감히 다가갈 수 없다고 서술된다. 이런 삽질이 한 두 번도 아니고 매 화 반복되니 좀 지루한 게 흠이다^^; 차원이동자는 자기가 생각하기엔 평범하고 특징 없는 외모지만 주변에서 볼 땐 어딘가 시선을 끌고 우리와는 다른 기이한 매력에 눈을 뗄 수 없어야 하는 게 정석이지만 정석은 한 번씩만 등장해야 그래! 바로 이거야! 가 아니겠는가. 구조의 반복으로 다음 화가 예측되고 지루해지는 면이 있다.

    이렇듯 수는 무심수에 철벽수, 그리고 완벽한 수라면 공은 연하공에 계략공(?) 채윤 앞에서만 상냥한 음흉공(?)이라할 수 있다. 황실의 3황자 그라딘스, 채윤이 부르는 애칭 라딘은 어려서 황위다툼과 관련해 어머니와 유모 등 주변 관계자들이 모두 죽게 되고 그 영향으로 자진해서 정신을 놓아버린다. 미친 3황자를 돌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렇게 세상과의 문을 영원히 닫으려 할 무렵 신전을 나온 채윤이 다가와 그를 따뜻하게 보살피게 되고 마음을 연다는 내용이다. 수 앞에서만 상냥하고, 수 이외에는 세상이 어떻게 되든 관심이 없는 약간의 광공 끼가 있는 공 역시 클리셰에서 벗어나지 않는 정석 공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알면서도 흐흐흐 웃음을 물고 지켜보게 되는 맛이 있는 게 자고로 클리셰 아닌가. 채윤이 보고 있지 않는 곳에서 소소한 질투공작을 펼치는 라딘이 귀엽다.

    별 다섯 개 중 별 세 개를 주고 싶은 소설. 몇 년 전 출간된 소설로 아는 데 최근의 유행과는 다른 맛이 있다. 수인 채윤의 매력은 너무 완벽함을 강조해 오히려 무미건조해진 맛이 있지만 무럭무럭 자라는 계략공 꿈나무인 라딘이 귀여워 별 세 개.

    츈반리 | 9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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