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dy

감상평 보기

  • -살얼음판을 걷는 주인공, 살얼음판을 음미하는 독자-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에 감상글로 돌아온 태업글쟁이 에피메테이아입니다.


    이번에는 뭔가 제목이 많이 살벌하네요. 보시는 분들은 '아니, 이 소설이 그렇게 무시무시한가?'라는 생각을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니다.'라고 해야겠지요.
    하지만 그 대답이야말로 이번 감상문의 제목과 부합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보통 살얼음판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속어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보통 살얼음판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정하고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상황을 나타내주는 단어로 많이 쓰입니다.

    본 작품의 주인공은 매사가 살얼음판입니다. 그렇지 않아보이지만 엄연한 사실입니다. 작중에서 주인공은 뭔가 긴박한 전쟁상황에서 벗어나 있고 유유자적하게 생활을 즐기려 합니다. 그 모습에서 살얼음판을 연상하기란 쉽지 않은 편이죠.
    그러나, 유유자적함을 즐기려는 그 태도가 비정상적일 정도로 강하다면... 보는 이들은 그것에서 숨겨진 살얼음판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강박, 말하자면 '~하고 싶다.'라는 초조한 마음이 반영되어있는 것이죠.
    하지만 주변의 상황과 행성의 돌아가는 꼬락서니는 그의 그런 강박을 쥐고 흔듭니다. 조용히 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게 괴롭히는, 주인공 기준으로는 살기 참 뭐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죠.

    작중의 그러한 진행은 읽는 독자들에게도 살얼음판을 강제로 경험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아슬아슬함이 언제 깨질까, 이후의 기대에 대한 초조함과 기대라는 이름의 살얼음판을 말입니다.
    기본적으로 독자와 작품 전개 사이는 위에서 언급한 긴장이, 어디에서나 조금씩은 흐르기 마련입니다. 그 긴장은 끝에서 만족을 주거나 실망을 안겨주게 되어있습니다. 작가의 역량에 따라 결정되는 순수한 복불복... 독자들은 꽝의 가능성을 안고서라도 끝을 음미하기 위해서 작품을 읽고 함께하게 될 것입니다.

    살얼음판은 주변 상황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꽝꽝 얼어붙어서 튼튼해질 수도 있고, 미련없이 깨져서 그 밑의 물을 만나게 해줄 수도 있지요.

    앞으로의 전개가 탄탄한 안정일지, 살얼음판이 깨진 이후에 일어나는 혼돈일지를 기대해보는 것도 이 작품을 감상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포인트가 될 듯합니다.


    이상으로 이번 감상문을 마치겠습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앵거바델 | 92개월 전
댓글 쓰기
댓글 등록
작품과 무관한 댓글이나 광고 스포일러 욕설이 포함 된 악플은 경고조치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