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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읽었습니다. 623님의 글은 예전에 검신, 검귀가 되다 때도 읽었지만, 확실히 글을 부드럽게 읽히게 하는 능력이 있어요.

    전체적으로는 게임 판타지의 정석입니다. 전체적인 플롯 상으로는 굉장히 정석적이죠. 히든 클래스 퀘스트를 받은 주인공, 딜러를 선택하고, 초반부터 레어급 이상의 아이템으로 앞서나간다는 점, 빠른 성장 등등...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갔을 때 저는 이 소설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아주 작은, 정말로 세밀한 부분이지만 전 그런 부분들이 특히 눈에 띄었거든요.

    첫번째로 주인공의 목적. 주인공은 정말 "즐기려고"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돈을 벌려고 게임을 시작하는 게임 판타지가 정말 많은데, 게임의 본질은 즐기는 거죠. 그리고 그게 가장 일반적인 경우이고요. 주인공은 "나도 다크게이머나 해볼까?"라고 생각은 하지만, 아직은 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내다 팔지도 않아요. 오히려 구입을 하죠.

    둘째. 현실성을 부여하는 설정들. NPC 아르바이트라는 건 정말 참신했습니다. 보통 다른 게임 판타지들은 초고성능 AI라서 감정도 가지고 있고, 정말 사람과 대화를 하죠. 하지만 이 소설에서, 복잡한 대화를 행하는 NPC들은 아르바이트생들입니다. 게임 내에서 서비스업 알바를 하는거죠. 이렇게 해서 NPC와 복잡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설정을 넣었습니다. AI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AI의 한계가 명백히 드러나는 모습을 보여주죠.

    전투에서도 그렇습니다. 가상 현실 게임이기에 운동실력=실력이라는 공식이 성립 안할수는 없지만, '신검합일'같이 실력을 보조해주는 기술을 부여해줍니다. 사실 검이라는 무기가 생각보다 정말 사용하기 어려운 무기거든요. 잘못 다루면 자기 무릎을 찍어버리니 말입니다. 저렇게 보조해주는 스킬이 있으니 그런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겠죠.

    게다가 겜판소에는 레벨 차이가 많이 나는 적을 상대로 손쉽게 이겨버립니다. 아무런 보정도 없이요. MMPRPG에서 레벨이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를 이해한다면 그런 장면은 나올 수 없을 겁니다. 이 작가님의 소설에 고레벨 유저를 저레벨 주인공이 이기는 장면이 안나온 건 아닙니다. 하지만 상대가 자진해서 무기를 쓰레기로 쥐고 시작했고, 1:1 PVP 시스템으로 주인공의 HP, MP, 공격력, 방어력 등을 보조해서 어느 정도 대등하게 만들어주고 시작하죠. 적이 멍청하다고 보기도 힘듭니다. 일반공격을 가한 상대를 스턴에 빠뜨리는 갑옷과, 각종 타겟팅, 논타겟팅 스킬 등, "고레벨"과 "저레벨"이 갖는 차이가 무엇인지를 말해줍니다. 그렇게 해도 주인공은 이기지만요.

    셋째로 초반에 부여받는 어드밴티지가 우연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NPC 알바를 한 것과, 그로 인해 얻는 n주년 이벤트의 산물들이죠. 초반에 무턱대고 목각인형 두들겨대서 스텟을 올리고, 사범 NPC에게 예쁨받고 히든 피스를 얻고, 괴상한 칭호를 얻고...그러한게 아니라 게임 '이벤트'의 형식으로 초반 어드밴티지를 부여받습니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데요, 실제 MMORPG가 이렇거든요. 이벤트로 초 자가 붙는 고성능 아이템을 뿌리는 경우는 결코 적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이 선이 사실 게임사가 부여할 수 있는 "최대한도의" 히든피스입니다. 그 점에서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전체적으로 글에 대해 고민한 티가 난다고 해야 할까요, 세부적인 부분에서 굉장히 만족을 주는 글이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위에서 말했듯이, 게임 판타지의 전형이라는 점이랄까요, 그런 점입니다. 히로인이 쵸로인이라는 점도 귀엽기는 합니다만, 개연성 면에서 쪼끔 아쉽진 않나, 싶긴 합니다. 뭐, 주인공이 상위 30% 안에 들어가는 외모라니 납득하고 넘어가죠.(응?)

    앞으로 게임 판타지가 흐르기 쉬운 방향으로 빠지지 않고, 즐겁게 게임을 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갈등도 겪고, 실패도 하고, 파티원들끼리 다독이기도 하고, 헤딩하다가 전멸하기도 하겠죠. 랭커들과 붙기도 할테고요. 앞으로를 기대하겠습니다.

    Lacrimosa | 8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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