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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시나리오.
하루에도 수 많은 작가들이 제각각의 이야기를 적고, 지우고, 하나의 글을 완성한 뒤 다시 퇴고를 거치며 우리에게 선보여진다. 최근 많은 소설들이 실제 드라마로 연출되듯 글은 모든 것의 기본이 되곤 한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판타지소설이 우리에게 드라마로 다가오는 경우는 보기 힘들었지만 비교적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시크릿가든이나 최근 도깨비 등의 작품들을 보면 판타지소설이 이미 우리에게 깊게 다가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메디컬환생은 판타지를 표방하고 있지만 판타지가 아닌 작품이라 생각한다.
그 시작은 판타지가 맞다. 이미 모든 희망을 잃은 한 의사에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져 자신의 과거로 돌아가고, 그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펼쳐나간다는 것은 확실한 판타지이다. 하지만 정작 그 안을 살펴보면 판타지이되 판타지가 아닌 작품이 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요즘 많은 소설에서 유행하고 있는 '레벨업'이나 '상태창', '신비한 스킬' 등이 없어서 더 그런지도 모른다.
과거로 돌아간 주인공 진현은 또래의 누구보다 뛰어나다. 당연히 뛰어날 수밖에 없다. 그는 평범한 잡일꾼이나 회사원이 아닌 보잘 것 없지만 한명의 인정받은 의사였으니까. 학교에서 수석을 반복하고 찌질했던 자신의 과거를 조금씩 바꿔나가는 진현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과거 네이버에서 미티 작가가 웹툰으로 연재했던 '남기한'의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한다.
우리는 누구나 과거로 돌아가는 상상을 한다. '그 때 이곳에 투자했더라면', '그 때 공부를 조금만 더 열심히 할걸' 과 같이 하나하나 생각해보면 그 선택이 가져왔을 현재의 모습에 대해 만족을 느끼며 실제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모습에 한숨을 쉬기도 한다. 회귀소설은 이러한 우리의 대리만족감을 잘 실현시켜주고 있는 하나의 장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메디컬 환생의 주인공 진현은 어떨까? 사실 처음 소설을 읽었을 때의 느낌은 과거 읽었던 회귀물 중 하나인 '일식이가 간다'와 비슷한 플롯을 취하지 않을까 싶었다. 과거로 돌아와 좋은 성적을 얻고 돈을 벌며 갑작스레 뛰어난 성취를 보였으니까. 하지만 글을 읽어감에 따라 그런 생각은 사라지게 되었다. 단순히 사업가를 지망하는 일식이와 달리 의사를 꿈꾸는 진현이 같은 행보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순히 둘이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는 이유로 비슷한 전개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아니다. 글의 작가인 유인님은 늘어지는 전개를 싫어한다. 단순하게 이야기하자면 독자들이 흔히 말하는 "아, 이 파트 언제 끝나냐?" 라는 지루함을 없애기 위해 시간을 빠르게 진행시킨다. 이를테면 1년후, 2년후, 3년후와 같은 것들. 무슨 일을 하려는 건지 알았으니 시간을 적절히 스킵하는 것은 꼭 드라마와 같은 느낌을 준다. 흔히 많은 독자들이 소설을 읽는 중 하차하게 되는 주 원인 중 하나인 지나친 세심함을 적절히 피해가는 것이다. 많은 작가들이 스스로 구상한 특정한 소재에 지나치게 빠져들어 어느새 글이 산으로 가는 것을 잘 막고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점이라면 의학소설에서 의학소설의 느낌은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 메디컬 환생이라는 제목은 우리에게 '아 의사에 대한 이야기구나.' 라고 처음부터 알려주지만 정작 글을 읽다보면 이것이 의사를 주제로 한 이야기인지, 의사를 직업으로 가진 한 남자의 이야기인지 다소 헷갈릴 때가 있다. 드라마를 예로 들어볼 수도 있다. 최근 방송한 '낭만닥터 김사부'의 경우 한석규, 유연석, 서현진과 같은 배우들이 나와 열연했다. 그들은 의사이고 드라마는 그들에게 벌어진 사건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드라마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것은 병원을 소재로 한 여럿의 인간사를 다루고 있다. 쫓겨난 한석규, 트라우마를 가진 서현진, 금수저가 되고픈 유연석. 마치 이런 캐릭터들처럼, 잘 살아보려는 김진현과 김진현을 사랑한 이혜미, 속을 알 수 없는 이상민 등 캐릭터 하나하나에 적절한 비중을 주고 때로는 그들의 연애이야기, 때로는 그들 사이에 얽히고 설킨 복잡한 이야기들을 다루는 것이 소설 메디컬 환생이다.
사실 소설이라는 느낌보다는 한편의 잘 짜여진 시나리오와 같은 느낌을 가지는 것이 이 작품이다. 주연과 조연, 메인 시나리오와 서브 시나리오를 적절히 배치하여 만든 드라마와 같다고 할까? 아쉬운 점은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능력에 대한 것. 주인공은 과거 전문의로서 많은 수술을 거치고, 열심히 노력한 인물이란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국내에서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는 인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온 이후 별다른 노력을 보여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이야기했던 주인공의 설정값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여주는 능력을 연속적으로 발휘한다. 특히 작가님이 잘 쓰시는 말 중 하나인 '의학은 경험이다' 라는 말과 다르게 학창시절을 보내며 무뎌졌을 의사아저씨 대신 바로 현직의 감으로 어려운 수술을 휘리릭하고 해결해내는 모습은 다소 괴리감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좋은 글이었고, 재밌는 글이었다. 차마 스포는 하지 못하지만 이야기에 짜임새도 있고 명확한 메인 시나리오와 적절한 서브 시나리오가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글을 다 읽고 나면 본인이 지금 읽은 것이 의학소설이었는지 의학드라마였는지에 대한 혼란도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이 글이 드라마로 연출되었으면 싶다 :)만담꾼 | 88개월 전좋아요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