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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차 레지던트.
    곧 치프를 맡을 수도 있는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에는 얼마나 많은 것이 있을까?
    정해진, 아니 이제는 최기석이 된 3년차의 흉부외과 레지던트는 흔히 이야기하는 슈퍼인턴, 작가분의 표현에 따르면 초인턴이다.
    집도의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퍼스트 어시스턴트를 설 수 있을만큼의 경험이 쌓인 의사.
    환자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의사.

    자신의 심장을 기증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최기석이 이제는 레지던트가 아닌 인턴으로, 보다 의사다운 의사, 믿을 수 있는 의사가 되가는 모습을 담은 뭉클한 글이 레벨업 닥터 최기석이다.

    사실 제목만 보았을 때 이 소설이 얼마나 진실성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문을 품고 있었다.
    레벨업이라는 소설이 큰 인기를 끌면서 시작된 현실에서의 레벨업 소재의 소설들이 워낙 많았고, 대부분의 소설들이 게임판타지소설과 같은 가벼움을 전제로 하고 있었던 것이 그 주 원인이었다.

    아니, 자신의 심장으로 살아나게 된 최기석에 대해 미안함의 감정을 가지지 않은 주인공 정해진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정해진은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을지 몰라도 심장수술을 기다리고 있던 최기석은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기회를 잃은 것일테니 말이다.

    하지만 재밌는 것은 글을 읽다보니 어느새 이런 정해진, 아니 최기석에게 점차 마음이 간다는 점이다.
    항상 환자에게 성심을 다하고, 친절하며, 노력하는 실력 있는 의사. 이런 의사에게 마음이 가지 않는다면 거짓일 것이다.

    사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혹시 윤백현 작가님은 의료관련 종사자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었다.

    환타.
    최기석을 읽기 전까지 모르고 있던 단어이다.
    오렌지맛, 파인애플맛이 있는 탄산음료가 아니냐고?

    탄산음료 환타는 잘 알고 있고, 즐겨마시는 음료 중 하나이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환타는 환자를 타는 의사, 환자를 몰고 다니는 의사를 의미한다.
    의사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유독 손님을 끌고 다녀 하루가 바쁜 알바들이나 직원들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환타와 같은 의사들 사이의 은어를 비롯해 각종 전문용어들이 난무하는 글을 읽다보면 작가님은 이런 지식들을 어디서 배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의학소설을 쓰기 위해 철저한 사전조사를 했고, 그 자료를 통해 글을 적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글이 상당히 불친절하다.
    당연히 사람들이 이정도는 알고 있겠지 라는 전제하에 쓰인 글처럼 처음 보는 의학용어들에 대한 별도의 설명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글을 계속해서 읽다보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있지만 네이버나 구글 같은 각종 포털에서 검색을 해보게 한달까?


    간단한 예라면 무엇이 있을까.
    난 이 글을 읽으면서 아뻬라는 것이 맹장염이란 것을 알았다.
    오히려 의학드라마에서 흔히 등장하는 캐비지 수술이 더 익숙하게만 느껴진다.

    흉강천자에서 이야기하는 '천자'도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이렇게 불친절한 글에 빠져들어 지금도 최신편을 기다리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재밌다.

    레벨업이라는 한없이 가벼운 소재가 이렇게 묵직하게 느껴질 수 있을까 싶은 글이다.
    단순히 스텟포인트를 투자해 능력치를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으로, 환자에 대한 마음으로 키워져가는 능력은 소설의 주인공 최기석을 먼치킨이되 먼치킨이 아닌 존재로 만든다.

    물론 사기적인 능력이 다수 존재하기는 한다.

    스킬에 의해 처치능력이 2배가 되거나 죽었어야할 환자가 다시 살아나는 모습, 환자를 치료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체력이 차는 모습은 판타지라고 할 수밖에 없다.

    다행인 점은 최기석이 이런 자신의 능력을 악용하거나 방치하지 않고 오로지 환자를 위해 사용한다는 점이다.
    각종 스킬이나 보조능력치를 상승시켜주는 아이템의 입수경로는 의사로서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것이 대부분이다.
    우연히, 기연을 통해, 마침 그 자리에 있어서 얻게 되는 그런 것이 아닌 노력이나 진심이 닿았을때만 입수가 가능한 아이템과 스킬들을 보고 있자면, '그래 이정도 노력을 했으니 이정도는 얻어도 당연한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사실 레벨업 닥터 최기석을 읽으면서 느낀 가장 큰 놀라움은 작가분이 가진 세심함이었다.
    처음으로 들어간 컨퍼런스에서 자신의 운명적인 스승을 만나게 되는 것은 어찌보면 기연과 같은 일이었겠지만 그 외의 사건들은 자연스럽게 진행하려 노력을 기울인 것이 글에서 드러난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의사가 가지고 있는 정치력.

    흔히 의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라고 고민하면 당연히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레벨업 닥터 최기석이라는 제목에 맞춰 생각하자면 레벨업에 필수적인 스탯창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스탯을 '체력, 근력, 의술' 등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의술을 '외과적 능력'과 '내과적 능력'으로 나누고 의사가 외과적 능력과 내과적 능력을 동시에 키울 수는 없다는 것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훌륭한 외과의사는 내과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다는 것을 이유로 주인공인 최기석에게 내과를 공부하게 하기도 한다. 사실 최기석이 하염없이 외과에 픽스턴을 하고 있었다면 글이 루즈해질 수도 있었지 않을까 싶다.

    또 이상한 얘기로 빠져버렸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포인트는 정치력이다.

    일반적으로 정치력은 정치가에게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지만 과거 배우 김명민을 주연으로 했던 드라마 하얀거탑을 대표로, 골든타임, 뉴하트, 외과의사 봉달희, 낭만닥터 김사부 등과 같이 모든 의학드라마는 순수하게 의학만을 다루지 않는다.

    흔히 외과과장, 내과과장, 부교수, 조교수 등 각 자리를 두고 의사들이 끊임없는 힘겨루기와 줄타기를 반복한다.
    얼마전 리뷰했던 의학소설 메디컬 환생의 경우에서도 이런 정치적인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만 소설 메디컬 환생과 레벨업 닥터 최기석의 차이는 정치력이라는 것을 수치화하였는가 하지 않았는가 정도의 차이랄까.

    나는 알고 있었다.

    최기석이 자신의 평생스승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송명진을 만나는 순간부터 스승인 송명진이 곧 병원을 떠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서전으로서의 능력은 누구보다 출중하지만 현저히 낮은 정치력을 굳이 보여주고, 정치력이 낮은 의사가 올곧은 의사라는 것을 강조하는 듯한 작가의 모습은 의도된 것이었는지 무의식의 발로였는지 모르지만 충분한 복선을 깔아주었다.

    흠... 더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도 드니 이 이야기는 이정도로.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은...
    매 수술이나 환자발생시마다 어떠한 능력이 '2배 상승', '1.5배 상승'하곤 하는데 이 2배라는 것의 기준이 되는 1배는 무엇인지 계속 의문이다. 명확한 기준이 없이 2배, 1.5배를 이야기하니 원래 능력이 어느정도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하지만 재밌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

    만담꾼 | 95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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