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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을 볼 때 현실적인 부분이 많이 반영될 수록 호감도와 흡입력이 올라가서 시대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소설은 정말 너무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장점이 너무 많아서 단점부터 이야기를 하자면 중간중간 고구마 부분이 있다.
소설 장르 특성상 대의를 도모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흡입력을 99까지 끌어올렸는데 100을 터트려줄 대의는 안하고 감정싸움 하는 편이 2~3편씩 있다. (근데 그 부분의 설명이 불필요하진 않다.) 예를 들자면 20~22화.
흡입력이 너무 좋아서 그런지 고작 세편 지지부진 했다고 '뭐야 사귈거야 안 사귈거야, 전쟁 할거야 말거야' 하며 심장을 부여잡고 쫄깃쫄깃한 기분을 맛봐야만 했다.
결론은 참을성이 없는 내 탓 같기도 하지만... 아무튼 이게 유일한 단점이다.
이제부터 장점 이야기를 해보겠다.
내가 황후의 남자를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인물이 굉장히 입체적이라는 점이다.
인물이 '잘' 입체적이면 계속해서 극의 활기를 불어넣으며 손에 땀을 쥐게 하지만 '잘 못한' 입체적 소설들은 인물들의 본래 매력과 캐릭터를 잃어버리게 만들고 독자가 인물을 이해 못하게 되는 나쁜 결과를 낳기도 한다.
황후의 남자는 전자다. 캐릭터 하나하나가 살아있고 인물이 왜 그렇게밖에 변할 수 없었는지 이해하게 된다.
특히 정환이 캐릭터가 이를 잘 보여주는데, 사랑이라는 하나의 신념을 가지고 따뜻하고 다정한 순정남에서 사랑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이든 하는 인물로 후반부에는 그려진다. 1화에서부터 등장하며 극의 키를 쥐고 활기를 계속해서 돋우고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인물이다. 자칫하면 억지스럽고 나쁘게만 보일 수 있는 정환이를 작가는 '잘' 설명해서 독자로 하여금 정환이를 이해하게 만들고, 그래서 정환이는 굉장히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로맨스의 꽃 여자주인공인 현화 역시 가녀리고 밝으며 푼수같은, 클리셰를 몽땅 쏟아부은듯한 성격을 지녔는데 시윤에게 점점 마음을 열면서 강단있게 변화한다. 작가님이 확고하게 캐릭터를 잡아놓고 연재하신 느낌이다.
이 소설의 관전포인트는 두가지이다.
첫번째는 누가 사랑을 얻을 것인가.
두번째는 누가 이 정치판에서 승리해서 왕관을 쓸 것인가.
이 관전포인트 속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이 남자주인공인 시윤이다.
까칠한 나쁜 남자(그러나 내 여자에게는 다정하겠지)의 면모를 보이는 시윤은 특히 초반에 타 캐릭터에 비해 설명이나 감정선이 많이 그려지는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찌통 캐릭터라 그런지 서브남주인 정환에 비해 솔직하고 진실된 캐릭터라 그런지...ㅎㅎ 시윤이 등장한 3화 이후부터 나도 모르게 현화는 정환이가 좋다는데도 시윤현화를 미는 자신을 볼 수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사랑을 하며 많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독자들이 따뜻한 시선으로 첫번째 관전 포인트를 바라보게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생각한다.
두번째 관전 포인트를 이끌어가는 사람은 아무래도 현화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소진이라고 생각한다.
소진은 한 대 때리고 싶은 서브여자주인공이 아닌 정말 정이가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시윤이 너에게는 향기가 안난다 드립을 치면서 자존심을 박박 긁어대도
묵묵하고 다정하게 자신의 안위, 속내에는 아버지의 안위를 위해 참아낸다. 그 과정이 매우 다정하다.
또한 이 소설의 정치를 벌이는 타 캐릭터들과는 달리 따뜻한 대안을 제시한다.
이런 점들을 미루어볼때, 현화보다 강하고 따뜻하고 긍정적인 인물은 사실 소진일지도 모르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들었다.
하여튼 나는 똑똑하고 현명한 캐릭터가 좋았고, 소진이 그 역할을 잘 해줘서 두번째 관전포인트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또 이 소설이 달달할때는 너무너무 달달해서, 이런 연애감정과 함께 나라의 시국에 관한 정치, 왕권싸움이라는 큰 두가지의 스토리로 극이 전개되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문체도 담백하고 좋아서 흡입력도 좋았고.
로맨스 소설을 좋아한다면, 아니 좋아하지 않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HAON | 94개월 전좋아요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