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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맨스를 주제로 한 글이나 드라마를 보게 되면 항상 가지게 되는 의문이 있다.
    과연 주인공은 누구와 함께 짝을 이루고 영원한 사랑을 이어가게 될까?

    사실 멜로드라마는 많다.
    드라마의 경우 주연에 대한 정보가 이미 게시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그 연결고리를 사전에 알 수 있는 경우가 다반사이지만 소설의 경우에는 그것을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갑작스레 나타나는 한 인물이 진짜 주인공인 경우가 있는데 예를 들면 뮤지컬 잭 더 리퍼가 그러하다. 모두가 앤더슨을 주인공으로 생각하지만 극 중반이 다 되어서야 나타나는 젊은 의사 다니엘이 그 주인공이었던 것처럼.

    말하고자 하는 바와 정확히 일치하는 이야기는 아니기에 다소 뜬금없는 말을 했지만 다시금 본론으로 돌아와보자.

    처음 황후의 남자를 읽었을 때의 느낌은 '불친절'이다.

    흔히 온실속의 화초라 이야기하는 것처럼 외부와 단절되다시피 자란 공주 현화와 그녀를 사랑하는 무사 정환. 글을 읽는 독자들은 이들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단지 그들이 서로 연모하는 사이였고 그 당시, 아니 지금도 만연한 정치적 목적의 혼약이 그 둘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일반적인 드라마나 소설이었다면 극이 한참 진행되고 둘 사이의 알콩달콩한 모습이 보여진뒤 나타날만한 상황. 16부작이라면 8회나 9회정도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이 극의 시작에서 보여진다. 서로간의 애절한 사랑을 느끼고 이 둘이 앞으로의 시련을 헤쳐나가 결국 해피엔딩을 맞이하길 이라는 바람을 가질 틈도 없이 둘의 사랑은 원나잇 스탠드와 같이 느껴질뿐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결말이 정말 원나잇 스탠드와 같은 느낌이란 것이다. 사극로맨스가 가지는 감정선은 분명 그리 무겁지 않겠지만 정작 사랑을 약속했던 이가 아닌 새로운 사랑이라니.

    같은 의미로 만들어진 제목은 아니지만 故장진영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했던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란 제목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들이 한 것은 사랑이지만 느껴지는 것은 가벼움이다. 현대사회의 사랑도 아닌 사극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에서 가벼움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긴 하다. 뻔하디 뻔한 로맨스가 되지 않기 위해 급작스럽고 자극적인 사건전개를 선택한 도입부일테지만 뻔하디 뻔한 로맨스가 항상 뻔한 플롯을 따르는 것에도 어느정도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남자와 여자가 어떠한 첫만남을 가지고, 사건을 겪으며 서로에 대한 감정을 키워가는 것은 항상 보는 플롯이지만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상적이고 공감가는 이야기이다. 또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 남녀는 상대방에게 버림을 받게 되는반면 이것은 제대로 매듭도 맺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바느질을 시작하고 있으니...


    물론 사랑을 약속했다해서 그 사랑이 영원하리라는 보장은 절대 할 수 없다. 그런것이 가능했다면 가정법원은 이미 망했을 것이고, 이혼전문변호사, 이혼이란 단어 자체가 있을 수 없었겠지.
    '나 이번에 차였어' 라는 말도 없을테다. 하지만! 이건 소설이다. 그것도 로맨스다. 그리고 그 배경은 사극이다. 분명 현대보다는 무거운 감정선을 가져야하고, 그 진지한 사랑이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무거움은 그 서술이나 어투에서 느껴질뿐 감정은 무겁지 않다.

    더하여... 너는 꽃이었고 나비였다. 둘의 공통점이 있다. 하늘하늘하고 아기자기한 그것들은
    가볍다.

    만담꾼 | 88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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