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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옆집에서 슈퍼마켓을 하는 친절했던 아저씨가 알고보니 전국구 조직의 보스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같은 맥락은 아니지만 은거괴동을 보고 있자면 이런 호기심이 들곤 한다.

    자신이 새가 되었다 생각했다는 이유로 정체불명의 마을에 들어가게 된 주인공은 마을에서 기상천외한 일을 겪는다. 동네에서 정육점을 하는 아저씨, 농사 짓는 농부, 마을이장까지... 그들 중 무림에서 이름을 날리지 못한 이가 없다. 주인공은 그런 마을에서 막내가 되어 수련을 시작하고, 수련 후 마을끼리의 내기를 위해 무림에 출두하게 된다. 다소 어이가 없는 출두 같지만 세상의 풍파를 겪을만큼 겪고 은거한 노고수들에게 그런 내기만큼 흥미진진한 것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작품이 진행될수록 느끼게 되는 것은 주인공이 짧은 시간동안 정말 빠르게 강해졌다는 것. 무공 하나 모르던 사람이라 보기에는 힘들정도로 큰 힘을 발휘하는 그를 보고 있자면 기연이란 것이 역시 무협소설의 필수요소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뭐, 그렇다고 이런 기연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다는 것은 아니다. 작가님의 필력 덕분인지 사건의 전개에 흥미를 가지게 될 뿐 주인공이 강해졌다고 작품이 싫어지지는 않는다. 어쨌든 주인공이 너무 약한 것도 그리 좋지는 않으니까. 물론 예외적인 작품도 있긴하다. 윤현승 작가의 하얀늑대들이 그렇지 않을까.

    각설하고, 작품의 장점으로는 글을 읽는 동안 힘든 점이 없었다는 것이다. 아마 글의 문장구조나 단어 사용이 어색했다면 글을 읽는동안 더이상 글을 읽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소재가 좋은 글이라 하더라도 읽기가 힘들다면 지쳤을테니까. 과거 헤밍웨이가 단 6단어,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듯 작품은 작가에게 모든 것이 달려있다. 작가님께는 죄송하게도 헤밍웨이와 비견될 정도의 글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님의 글이 좋았다는 의미로 받아주셨으면 한다.

    전체적으로 작품속에서 묘사되는 모습들은 흐뭇할 때도 있고, 유쾌하기도 하며 보는 이들에게 즐거운 감정을 안겨준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 또한 입체적으로 변화하며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이 자체만으로도 글을 읽을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과거 출판사와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그저 아쉽기만 한 작품이었는데 스낵북에서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니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작가님의 다른 책들을 오랜만에 다시 꺼내보아야 할 때인듯 하다. 시간이 지나 추억의 작품을 다시 읽어보는 것도 좋지 아니한가.

    만담꾼 | 87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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