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급한 일이 있어 일찍 나가
오늘은 학교 가지 말고 승호와 함께 집에 있어
이따가 이모가 집으로 올 거야
그때까지 절대 밖에 나가지 말고
선화 이모 말고는 아무도 문을 열어주어선 안 돼
승호를 부탁한다
너무나 사랑해, 우리 아들
엄마가」
식탁 위에 놓인 다급히 적은 듯한 메모 한 장과 엄마의 휴대폰. 어느 날 아침 아이들만 남기고 엄마가 사라졌다. 거실 창밖을 내려다보자 사람들은 비를 맞으며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지 않고 뛰어다녔고 찻길에는 다니는 차도 없었다. 가까운 곳에 위치한 버스공영차고지로부터 시간 맞춰 다니는 버스조차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가로수를 들이받은 채 문이 열린 차는 방치되어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슈퍼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세계 모든 국가의 사회시스템이 일순간 마비된다. 추측만 난무할 뿐 어째서 슈퍼바이러스가 동시다발적으로 전 세계에 퍼지게 되었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아이들은 집에 남아 엄마와 이모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도 엄마와 이모는 돌아오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전기와 수도도 끊어지고 식량마저 떨어져 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