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 없고, 돈 없고, 여자라서 서러운 스물여섯 이은강. 어느 날 그 모든 것을 가진 정체불명의 남자가 나타난다. 그가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 그녀의 몸. “내가 네 몸에 들어가면 태석과 더 친해질 수가 있을걸? 나는 남자니까 남자가 어떤 여자를 좋아하는지 잘 알거든. 그러니 태석이 널 좋아하게 만드는 건 아주 식은 죽 먹기지. 마음만 먹으면 그 자식이 널 졸졸 쫓아다니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고.” “그건 아주 솔깃한 제의네요.” 은강은 무슨 상상을 하는지 입맛을 다시며 빙그레 웃었다. 그녀의 반응이 몹시 기분 나쁜 이현이었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설득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래, 심지어 나랑 그 녀석은 친구였다고. 그러니 서로 얘기도 마음도 잘 통할 거라고. 우리는 동성이기 때문에 친구가 된 거고, 내가 네 몸에 들어가면 그땐 저절로 애인이 되는 거지. 어때? 나한테 몸을 마구 빌려 주고 싶어지지?” “그래도 당신을 최 실장님과 사귀게 할 순 없죠. 사귀려면 키스도 해야 하고…….” “헉, 저질! 결혼도 안 하고 키스부터 할 생각이라니.” “그러니 그만 단념하시죠.”